공개/Car

자동차 순환계

예천림 2011. 8. 22. 22:05

 

자동차에 대해 좋지 않은 경험,

예를 들면 사고라든지 심각한 고장 등을 겪은 사람들은

“피도 눈물도 없는 기계덩어리가 웬 속을 그리 썩이는지”라며 불평을 하곤 한다.

하지만 정말 차가 단순한 기계덩어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면

듣는 차가 무척 기분 나빠할 지도 모른다.

쇠나 플라스틱처럼 생명과는 별 상관없어 보이는 부품들로 이루어져 있기는 하지만,

차를 곰곰 뜯어보면 사람과 비슷한 부분들도 많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뿐이지,

일단 시동만 걸리면 상황에 맞게 해야 할 일들도 스스로 알아서 한다.

차도 숨을 쉬고, 밥을 먹어야 힘을 내고,

몸속에 따뜻한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잊고 있지는 않은지.

그래서 이번에는 해부학(?)적인 관점에서 차를 살펴보려고 한다.


사람에도 혈관계와 림프계 같은 순환계가 있듯,

자동차를 움직이기 위해서도 많은 것들이 돌고 돈다.

특히 자동차의 심장 격인 엔진과 연결된 것들은 대부분 순환이 이루어진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엔진을 적당한 온도로 유지시켜주는 냉각수다.

자동차의 엔진은 섭씨 93도 정도에서 가장 잘 움직인다.

하지만 안에서 항상 연료가 높은 온도로 타기 때문에 쉬 뜨거워지기 마련.

그래서 엔진의 안에는 워터재킷(water jacket)이라고 하는 냉각수 통로가 뚫려있고,

이 안으로 차가운 냉각수가 흘러 엔진의 열을 빼앗는다.

이 과정에서 엔진은 식지만 냉각수는 더워진다.


이렇게 데워진 냉각수가 흘러가는 곳이 라디에이터다.

라디에이터는 냉각수의 통로를 여러 개로 나누어 놓고

각각의 통로마다 열이 전달되어 공기 중으로 쉽게 발산될 수 있도록

판을 촘촘하게 붙여놓은 구조로 되어 있다.

즉, 냉각수의 열은 통로에 열을 전달하고, 이 열은 다시 판으로 전달된다.

판까지 전달된 열은 판이 닿아 있는 공기에 열을 전달하면서 공기를 데우고 판은 식는다.

차가 달리는 동안에는 라디에이터에 빠른 속도로 공기가 부딪히면서 냉각수가 잘 식고,

서 있을 때에는 선풍기(냉각 팬)를 돌려 라디에이터를 식히기도 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냉각수가 라디에이터를 빠져 나올 무렵이 되면 온도가 많이 떨어진다.

식은 냉각수는 냉각수 펌프의 힘으로 다시 엔진으로 들어가 엔진을 식히는 일을 계속한다.

 

 

 

 

 

 

엔진의 냉각과 히터의 작동은 모두 냉각수가 순환하며 이루어진다.

그림에서 1은 라디에이터, 2는 냉각수 펌프, 3은 라디에이터 팬, 4는 냉각수 온도에 따라 흐름을 조절하는 서머스탯,

5는 열 교환기(히터 코어), 6은 히터 코어 밸브, 7은 엔진, 8은 외부 공기 흐름을 말한다.

사진출처 구글링...


냉각수가 엔진을 식히는 일만 하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한 겨울, 차안을 따뜻하게 덥혀주는 히터 역시 냉각수의 열을 빌리는 것이다.

재미있게도 히터는 라디에이터의 기능을 거꾸로 돌려 이용한다.

엔진을 돌고 나와 뜨거워진 냉각수 중 일부가 차의 대시보드 안에 있는 히터 코어로 움직인다.

히터 코어의 모양은 라디에이터와 비슷하다.

이 히터 코어의 뒤에도 선풍기(히터 팬)가 있어, 히터를 켜면 실내 쪽으로 바람을 일으킨다.

선풍기가 일으킨 바람이 히터 코어를 지나면서

열을 빼앗아 더운 바람이 실내로 들어오게 되고,

히터 코어에서 열을 빼앗겨 식은 냉각수는 다시 냉각수 통로로 돌아가는 것이다.


뜨거운 순환에 대해 한참을 얘기했으니 이제 시원한 순환인 에어컨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에어컨도 액체가 더워지고 식는 과정을 반복한다는 점에서는 라디에이터와 비슷하지만,

기계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좀 더 고차원(?)적이다.

에어컨 구조 안을 돌며 식었다 더워지는 것을 반복하는 것을 냉매라고 한다.

이 냉매는 낮은 온도에서도 쉽게 증발하는 액체여서, 공기 중에서는 가스 상태가 된다.

이렇게 액체가 증발해 가스가 되면서

주위에서 열을 빼앗는 특징을 이용한 것이 바로 에어컨이다.

집이나 사무실에서 쓰는 에어컨도 원리는 같다.

 

자동차용 에어컨의 간략한 흐름도. 압축기(Compressor)에서 압축된 고압 가스 상태의 냉매는 콘덴서를 거치며 액체가 되고,

확장밸브를 거치며 압력이 떨어지며 차가워진다. 블로워가 찬 바람을 실내로 보내면서 냉매는 더운 가스가 되고,

다시 압축기로 들어가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사진출처는 또 구글링.



액체 상태인 냉매는 라디에이터와 비슷하게 생긴

증발기(에바포레이터, Evaporator)를 거치면서 기체가 된다.

증발기로 들어가기 전에는 모세관, 즉 지름이 매우 가는 관을 거치면서

분무기와 비슷한 원리로 확산되어 쉽게 증발할 수 있는 상태로 바뀐다.

이렇게 냉매가 증발기에서 기체가 되면서

주변의 열을 빼앗아 증발기 주변의 기온은 낮아지고,

증발기 뒤에서 선풍기(블로워, Blower)를 돌리면 실내로 차가운 바람이 나오는 것이다.

증발기를 지난 냉매는 주변으로부터 빼앗은 열 때문에 더워지게 된다.

이들이 한데 모여 들어가는 곳을 응축기(콘덴서, Conderser)라고 하는데,

이것은 라디에이터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즉 더워진 냉매의 열을 발산시켜 식히고, 압력을 가해 다시 액체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응축기를 거쳐 액체가 된 냉매는 다시 증발기로 돌아가 계속 순환한다.


엔진 안에서 순환하는 것으로는 냉각수 말고도 엔진 오일이 있다.

엔진 오일은 엔진 안에서 움직이는 여러 부품들이

매끄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부품 사이의 빈틈을 메워주고 마찰로 생기는 열을 식혀주는 등 여러 역할을 한다.

또한 부품에서 생기는 찌꺼기나 이물질 등을 모아서

오일 필터를 거쳐 걸러내기도 하기 때문에,

사람의 피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엔진 오일이 엔진 안에서 어떻게 순환하는 지 보여주는 그림.

복잡하지만 사실 간단하다. 아래 오일 팬에 고인 오일을 펌프가 끌어올려 오일 필터로 보내고,

이것이 엔진의 구동하는 부분 곳곳으로 전달된다. 돌고 도는 오일은 다시 오일 팬으로 모인다.

사진출처는 구글링이나 저작권자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엔진 오일은 대부분 엔진 맨 아래쪽에 있는 냄비(오일 팬)에 담겨 있다가,

오일펌프를 통해 엔진의 주요 부분으로 전달된다.

물론 엔진을 돌며 지저분해진 오일이 순환하면서

엔진에 불순물이나 이물질을 전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반드시 오일 필터를 거친 다음 각 부품으로 이동하도록 되어 있다.

엔진 오일은 어느 정도 끈적이는 성질(점성이라고 한다)이 있기 때문에

부품 사이사이에 달라붙어 있기도 하지만,

일부는 엔진 안쪽의 벽을 타고 흘러내려 다시 오일 팬으로 흘러 고인다.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차의 전기 역시 여러 변화 과정을 거치면서 순환한다.

전기의 순환과정은 차의 시동을 걸기 위해 시동키를 돌리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키를 돌리면 배터리에 저장되어 있는 전기가 시동 모터를 돌리고,

시동 모터가 크랭크축에 물린 플라이휠을 돌리면서 엔진이 회전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엔진의 회전속도에 맞춰 각각의 실린더 꼭대기에 달린 점화 플러그에

때맞춰 고압의 전기가 전달되면 연료와 공기의 혼합물에 불이 붙어 엔진의 시동이 걸린다.

시동이 걸린 다음부터는 엔진의 크랭크축과 벨트로 연결된 발전기가 함께 돌고,

발전기에서 나온 전기는 다시 배터리로 전해져 충전이 이루어진다.

 

 

자동차 전기계통 가운데 발전기와 배터리, 시동키의 연결관계를 나타낸 그림.

그림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자동차의 모든 전기장치에 전기를 공급하는 것은 배터리와 발전기의 몫이다

사진출처는 구글링...



사람도 노폐물이 핏줄에 쌓여 핏줄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병이 나듯,

자동차 안에서 순환하는 것들도 지저분해지면 고장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그런데 차는 냉각수나 엔진 오일 등을 주기적으로 바꿔주면 수명을 늘릴 수 있지만,

사람은 피를 새 것으로 바꿀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사람보다 더 질긴 생명력과 합리적인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 자동차인 셈이다.

이런데도 차를 무작정 ‘피도 눈물도 없는 기계덩어리’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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